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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4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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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11·여)가 올해 맞는 성탄절은 평생 잊지못할 성탄절이 될 것 같다. 하느님은 서울에서 태어난 다혜에게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함박눈을 크리스마스 전야의 선물로 내려주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다혜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난생 처음 생긴 ‘우리집’.
다혜네가 선물받은 집은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 새로 건축된 5층짜리 다세대주택의 3층. 비록 실평수 13평의 넓지 않은 집이지만 이젠 전에 살던 지하단칸방에서처럼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 기침 걱정도, 비만 오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걱정도 없다.
지난해 인쇄소 일자리를 잃은 아빠(48)를 대신해 파출부 일로 식구를 부양해 온 다혜엄마 박경순씨(40)는 입주식을 마치고 집 안에 들어선 뒤에도 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마냥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다혜네를 포함해 집없는 가족 5가구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이들은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연합회’와 이 단체소속 4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5개월여의 공사를 마친 뒤 24일 오후 입주가정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새 보금자리 앞에서 작지만 뜻깊은 ‘성탄절 입주식’을 가진 것.
전세계 65개국 8만여 무주택가정에 집을 제공해준 국제해비태트운동본부의 한국지부인 이 단체는 95년 결성돼 의정부와 태백 진주 등에 39채의 집을 건축했다. 하지만 서울의 높은 땅값 때문에 엄두를 못 내던중 기업과 개인 후원금으로 땅값과 건축비를 마련한 올해8월 공사를 시작해 이날 첫입주식을 갖게된 것.
입주가정은 월가계소득 100만원미만인 영세가정들 가운데 신청을 받아 자체 설정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됐다.
자원봉사자들의 대거 참여에도 불구하고 1억9000여만원의 공사비가 든 이 집들은 ‘전액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입주자들은 건축과정에서 500시간이상 노동에 참여해야 했고 실비로 설정된 집값을 15년에 걸쳐 조금씩 갚아나가야 하는 의무도 있다.
이 단체 최영우(崔榮祐)사무국장은 “한국은 비싼 땅값과 건축비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집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라는 점에서 가정파괴로 인한 사회문제를 방지하는데 이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으로 해비태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충북 충주에서 올라와 10여일동안 자원봉사에 나섰던 홍승현씨(22·여)는 봉사자들을 대표해 낮은 목소리로 감사기도를 했다.
“하느님이 주신 능력대로 저희가 작은 일을 해냈습니다. 이들이 성탄절날 마침내 이루어낸 보금자리가 평생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하게 해주십시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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