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현대 주거래 외환銀 드로스트副행장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현대그룹의 유동성은 탄탄하고 기업전망은 여전히 양호합니다. 현대와 관련해 이런 저런 소문이 나온 것은 대우그룹이 무너진 뒤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기업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된 탓이 크다고 봅니다.”

현대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만프레드 드로스트 부행장(58)은 한국근무 1년여만에 가진 첫 인터뷰에서 “현대와 대우는 기업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항간에 떠돈 ‘현대 위기설’을 일축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 출신의 기업여신 전문가인 드로스트 부행장은 △주력업종의 선도기업 보유 △현금흐름 양호 △꾸준한 구조조정 노력 등 세가지를 현대의 강점으로 꼽았다. 현대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건설 등의 업종에서 국내외 시장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남의 장사가 잘되니까 적당히 따라서 하는 ‘미투(Me Too)’식 경영에 의존하지 않는 점을 그는 높이 평가했다.

드로스트 부행장은 또 “현대는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수입이 연간 6조원에 이르고 주력 계열사가 직접 금융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유동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 은행들이 한때 여신한도를 축소했던 것은 현대만이 아니라 대우사태 이후 국내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치라는 설명. ‘해외투자자에게 기업 실태를 솔직히 공개하라’며 현대에 로드쇼(투자설명회)를 권유한 것도 그였다.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에 출자하면서 부행장을 맡은 그는 “한국 기업들이 대우사태와 같은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회계원칙과 관행을 국제규범에 맞게 개선해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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