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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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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권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돕는 쪽의 준비도 필요하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는 속담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동포돕기운동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정부가 가진 한계를 넘어 그나마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주민 돕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 NGO들이다.
95년 북한 대홍수 이후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돕기운동은 97년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IMF 경제난으로 ‘쌀독’이 비고 남북관계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활기를 잃은 상태. 하지만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를 돕는 NGO들은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정부도 민간대북지원창구를 다원화하는 등 거들고 있다.
▼지원물품-방식 다양화▼
현재 북한을 돕는 국내 NGO들은 대략 22개 정도. 이들은 ‘대북지원 민간단체연합’이라는 모임을 결성, 한달에 한번 정도 모여 대북지원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NGO들의 북한돕기 방식도 점차 다양해져 옥수수나 밀가루 분유 씨감자 등 1차 식량을 지원하는데 주력하는 단체들이 있는가 하면 의약품 구호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도 있다.
아예 북한에 국수공장 등을 설립, 2차 가공식품을 배급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구조개선사업을 시도하는 단체들도 있다.
대북식량지원에 주력해온 대표적인 단체는 ‘겨레사랑북녘동포돕기범국민운동’(국민운동)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민족돕기) 등.
국민운동은 97년 4월 선포식을 가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36억여원을 모아 4차례에 걸쳐 북한에 옥수수와 분유 등을 공급했다. 민노총 전농 민교협 등 36개 재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운동은 지난해 경제난으로 모금액수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3월 조직복구를 선언하고 씨감자 돼지 비료보내기 운동을 재개키로 결정했다.
▼北국수공장 40곳 건립▼
민족돕기도 96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꾸준히 식량 의류 등을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해왔다.
94년부터 일찌감치 북한 식량문제에 눈을 돌린 월드비전 한국지부는 색다른 차원에서 북한을 돕고 있다. 월드비전은 북한내 국수공장 건립운동을 주도, 지금까지 평원 개천 안주 선천 원산 신창 등 6개 지역에 국수공장을 세웠다. 월드비전의 국수공장 건립운동에 힘입어 현재 북한에는 40여개의 국수공장이 새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 NGO들의 대북지원사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의사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 1000여명이 가입한 의약품어린이지원본부는 97년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초의약품 5억8000여만원어치를 모아 북한측에 전달하려다 “의약품은 못받는다”는 북한측의 거부로 한동안 의약품을 전달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미국 유진벨과 공조하고 있는 한국 유진벨은 지난 5년간 주로 결핵환자치료용 의약품만 전문적으로 전달해왔고, 한민족복지재단은 나진―선봉지역에 의약품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연변지역에서 탈북난민을 돕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는 단체도 있다. ‘좋은 벗들’ ‘JTS’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탈북자 돕기에 앞장서고 있지만 중국과의 외교문제 때문에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
▼탈북자 돕기에도 앞장▼
현대의 금강산사업이 NGO들의 모금활동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매우 역설적이다. 북한에 매달 거액의 외화가 송금되면서 “금강산 관광료가 가고 있는데…”라는 일반국민의 정서가 모금운동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
또 모금액의 2% 이내에서 단체 운영비를 사용토록 한 기부금품모금규제법도 문제라는 지적. 월드비전 장원석(張元錫)과장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경없는 의사회’도 모금액의 19.1%를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모금액의 2% 내에서 조직을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NGO 취재팀▼
권순택(사회부차장·팀장) 김진경(생활부) 윤영찬(정치부) 이 진(경제부) 홍성철(사회부) 선대인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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