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마푸즈의장-박명광총장 서울대회 성과 대담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지구촌 NGO들의 축제인 서울NGO세계대회가 11∼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이 대회의 성과와 새로 제시된 NGO의 향후 활동방향을 정리하기 위해 공동대회장인 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 아파프 마푸즈의장(61)과 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인 박명광(朴明光)경희대 부총장(54)의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자 약력▼

[아파프 마푸즈의장] △이집트 출신 미국인 △프랑스 파리대 법학박사 △유네스코 여성자문위원 △국제여성 법률센터 이사 △아랍법률가협회유엔대표 △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 의장

[박명광 경희대부총장]△경희대 경제학과 졸업△미국 산토 토머스대학원 경제학박사 △미국 미시간 새기너 주립대 교환교수 △미국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초청교수 △경희대 정경대학장 기획관리실장 경제연구소장 △경희대부총장

▽박부총장〓이번 대회는 우선 규모면에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부합니다. 내용면에서도 원래 워크숍이 180개로 예정됐으나 NGO들의 활발한 참여로 190개로 늘었습니다. 워크숍 열기 또한 대단했죠.

▽마푸즈의장〓가장 큰 성과는 각 NGO가 그동안 개별적으로 다뤘던 주제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의 활동방향을 제안해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NGO들에 자체역량 강화를 이루게 했다고 판단됩니다. 이것은 이번 대회가 ‘NGO에 의한, NGO를 위한, NGO의 대회’였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박부총장〓대회 주제가 특정한 단일 이슈가 아니라 전체 NGO의 역할이란 점에서 대회 자체를 이슈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NGO들간의 활동과 교류 가능성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각 분야의 정보를 서로 교류함으로써 자신들의 독자적 힘만으로는 수집할 수 없었던 내용을 습득하고 개별적 주제를 서로 결합시켜 문제해결을 위한 총체적 접근이 가능케 하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이나 중국내 탈북자문제 등을 공론화시킨 것도 뜻밖의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한국역할 확대 희망▼

▽마푸즈의장〓대회가 순수 NGO들의 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스스로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이것은 예전 대회가 특정 이슈에 국한됐던 한계들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죠. 이와 관련해 NGO와 유엔의 동반자적 관계 정립은 매우 중요합니다. NGO들은 유엔 설립 당시 만든 ‘세계인권선언’에서 정부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유엔기구들은 NGO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박부총장〓유엔은 NGO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엔에서 결정한 사항을 풀뿌리 단계에서 이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NGO입니다. 유엔은 정부대표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성격을 갖지만 NGO들은 시민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해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푸즈의장〓각국 NGO들이 세계 NGO들과 연대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NGO들은 언론과 함께 정부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박부총장〓한국 NGO들이 각국 단체들과 협의해 폐막식에서 발표한 ‘서울선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NGO들이 금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기 위한 21세기 NGO의 역할과 함께 향후 활동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마푸즈의장〓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NGO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NGO들의 국제적 연대망이 조금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국제활동을 한다면 앞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겁니다.

▽박부총장〓2년 전 미국 하와이대 초빙교수로 있는 동안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외국원조의 절반이 NGO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글을 읽고 놀랐어요. 21세기는 참여민주주의시대입니다. 따라서 NGO의 활동이 꽃피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걸림돌 중 하나가 NGO의 관료주의화라고 봅니다.

▼대학에서도 교육 필요▼

▽마푸즈의장〓동의합니다. 각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NGO는 정부를 모방한 관료주의 체제가 아니라 참여적 민주체제로 운영돼야 합니다. 조직이 대외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효율적 구조가 갖춰질 수 있습니다.

▽박부총장〓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마푸즈박사가 우리에게 준 회계장부를 보고 놀랐습니다. 회계사가 공인한 꼼꼼한 내용을 보고 전세계 NGO의 연락망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NGO협의회로서 투명성에 대한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국내 NGO도 이러한 운영방식을 유지한다면 관료주의화라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마푸즈의장〓특히 제삼세계 국가에서의 NGO 활동은 대체로 사회 제반문제가 정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조직에서 많은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정치화된 NGO들은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고 발전할수록 분업화 전문화 방향으로 갈 겁니다.

▽박부총장〓자원봉사활동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예요. 개인의 체면을 중시하고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 6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는데 시민 각자가 자신의 조그마한 힘이 전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의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푸즈의장〓국내 NGO활동이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한 전제로 지식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교육해 NGO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에서도 NGO의 역할과 기능, 사회에서의 중요성 등 전반적으로 인식을 제고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민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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