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文化 없는 문광위국감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4일 문화관광부에서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감. 감사 대상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국어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부산하기관이었다. 모두가 우리 문화의 상징적 기관들.

그러나 감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에 대한 탈세혐의 구속과 관련해 중앙일보 등이 야기한 ‘언론탄압’에 대한 논란이었다.

논란은 오후가 되어도 끝날 줄을 몰랐다. 국감장은 문화단체에 대한 감사의 자리라기보다는 박지원(朴智元)장관에 대한 청문회장이나 다름없었다.

이협(李協)위원장은 ‘들러리 서는’ 기관장 등이 안쓰러웠던 듯 오후 한때 “1시간 후에 돌아 오시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도 국감장은 여전히 ‘언론탄압’ 논란뿐이었다.

그렇게 11시간. 논란은 오후 9시반에야 가라앉았다. ‘문화국감’이 시작됐지만 의원들은 한두가지만 질문하고는 서면질의로 대체했다.

오후 11시20분경. 의원들은 서면답변을 요구한 뒤 서둘러 국감장을 떠났다.

한 관계자는 혼자말처럼 기자에게 말했다. “과연 이것이 ‘문화예산 1% 배정 국가’의 ‘문화 국감’입니까, 아니면 ‘물컵 정치 국감’입니까?”

또 다른 관계자는 “덕분에 우리야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원칙적으로 새밀레니엄을 앞두고 문화 각 분야에 걸쳐 문제점이 없는지를 짚어 봐야지 정치 공방만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늦은 밤, 문화부 건물 정면에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전광판이 이날 따라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튿날인 5일에도 문예진흥원 예술의전당 등에 대한 국감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역시 정치논리에 의해 오후까지 국감은 시작되지 못했다.

이광표<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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