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민자당후보 YS에게 35억원을 ‘빌려’ 주었다고 주장한다. 그 무렵 조씨는 민자당 중앙상무위원에다 중앙당 후원회 운영위원을 지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도 청와대에서 만나는 잘나가는 건설업자였다. 그래서 국방부 발주의 상무대 이전 공사 가운데 1600억원의 도로포장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그러다 공사 선급금 658억원 가운데 189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되어 형을 살았다.
▽YS측은 “정치헌금이야 받아 썼지만 누구로부터도 돈을 빌린 적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조씨 입장에선 뒷돈을 댔는데 본전은 커녕 YS 재임 중 박살나고 옥살이만 한 분노가 있을 것이다. 법원은 일단 “조씨가 ‘빌려’ 주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가압류소송을 뿌리쳤다. 조씨는 “여당 대통령후보한테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며 정식 소송을 내리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빌려’ 주었느냐 아니냐는 사소한 법률시비거리일 수도 있다. 돈벌이 장사하는 사람이 정치인한테 ‘거저’ 35억원이라는 거금을 줄리 만무하다. 당장의 대가가 아니고, 구체적 조건이 없더라도 ‘투자’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빌려주었다”고 우기는 조씨의 ‘투자성’ 기억은 비난거리가 되어야만 할까. 참으로 정치인들이 주목해야 할 소송만 같다.
김충식<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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