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경/수렁에 빠진 영화진흥委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17분


폭염 속에서 전북 남원에서는 임권택감독이 ‘춘향뎐’을 찍느라, 서울에서는 장윤현감독이 스릴러 ‘텔미 썸딩’을 찍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100억원이 든 심형래의 ‘용가리’는 서울에서만 37만 관객이 들었지만 아직 ‘반 본전’도 멀었다. 늦여름의 영화현장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 청량리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1000억원에 대한 결재 도장을 누가 찍을까’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영화진흥금고의 500억원(현재 200억원 조성) 등 3년간 1000억원 정도를 영화제작에 지원할 영진위 신세길(申世吉)위원장이 “못하겠다”며 최근 사표를 냈다. 그는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정부가 그를 위원장에 앉힌데는 영화쪽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취임 3개월, 그렇지만 그는 ‘도장’을 거의 찍을 수 없었다.영화배우의 신구세대로 나눠지는 김지미 문성근씨. 김씨는 영화인협회이사장 겸 영진위 ‘위원’이고 문씨는 영진위 부위원장이다.

6월초. 김씨와 윤일봉씨는 위원직을 수락한 적이 없다면서 영진위 설립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폈다. 최근에는 이 문제로 소송을 내겠다고 나섰다.

당초 김, 윤씨로부터 구두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영진위 설립이 적법하다던 문화관광부. 그러나 18일 “새 집행부 구성이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영진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위원장 등을 ‘사퇴’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민족예술인총연합이 목소리를 냈다. 민예총은 “영진위 구성이 적법하다 해놓고 소송 위협에 위원장을 교체한다면 결국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배를 탄 신씨와 문씨는 말이 없다.

김희경<문화부>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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