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묵/김현철씨 사면과 法형평성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를 사면 복권하기로 결심한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혈육’에 대한 김대통령의 감상적인 생각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데 대해서는 별 이론이 없다. 최근 전 영부인인 손명순(孫命順)여사가 현 영부인인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면을 부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무튼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결심’으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사람들의 말대로 김대통령이 ‘아들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은전을 베풀겠다는 것이라면 아들을 감옥에 보낸 다른 ‘보통 아버지들’의 심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김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공정하고 공평한 법적용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철씨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인정한다 해도 ‘사전양해’ 인상이 짙은 확정판결 전 상고취하라는 ‘수순’까지 밟아 현철씨를 사면하는 것은 법적 정의와 형평성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대통령 측근들은 현철씨에 대한 사면복권의 명분을 ‘과거와의 화해’에서 찾는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과거’이고 무엇까지가 ‘화해’의 대상인지 역시 기준이 모호하다.

청와대측의 또다른 설명, 즉 현철씨가 대선자금잔여분 70억원을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것도 사면복권의 배경이라는 대목에서는 더이상 할말을 잃게 된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고, 여론의 역풍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가 앞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얘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최영묵(정치부)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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