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영란/빈곤에 시달리는 할머니들

  • 입력 1999년 8월 3일 19시 27분


유엔은 올해를 ‘세계노인의 해’로 제정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제6차 아시아 오세아니아지역 국제노년학대회가 열렸다. 이 기간 중 ‘21세기 노인부양과 여성노인의 문제’를 주제로 한 특별심포지엄도 개최됐다.

여성노인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길지만 남성노인보다 더 가난하고, 질병이 많고, 소외된 집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노인인구 가운데 62.8%가 여성이다. 여성의 평균수명은 77.4세로 남성보다 약 8년이 길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여성노인의 비율은 현저하게 높아진다.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자나 노인복지시설 이용자 중 70% 이상이 여성노인들이다. 아울러 여성들은 노인부양의 ‘대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노인의 ‘부양자’로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성들이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생에 걸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여성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여성들에게 보다 균등한 고용기회와 경제적 자립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여성들의 출산 육아 및 가사노동의 경험이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급과정에서 충분히 인정받도록 함으로써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해 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여성노인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보호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 가족간호휴가제의 확대를 통해 남녀 모두 노인부양에서 동등한 역할분담과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의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제도적 뒷받침도 강화돼야 한다.

박영란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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