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農振公 선정 우수 쌀전업농 최창호씨

  • 입력 1999년 7월 13일 19시 49분


서울 뒷골목의 ‘주먹’이 억대 소득의 부농으로 변신했다.

경기 안성시 양성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최창호(崔昌鎬·39)씨는 작년에 1억5000만원의 농업소득을 올렸다. 최씨 소유와 임차한 논 등 8만4000여평 논에 땀방울을 쏟은 결과였다.

최씨가 88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해 벼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부모의 논 2300여평과 빌린 논 7400여평 등 9700여평이 전부였다.

그는 귀농 직후 목표를 △논의 대규모화와 △과학적인 영농으로 세웠다. 11년이 지난 현재 최씨 소유 논은 4500여평으로, 임차한 논은 7만9000여평으로 늘어났다. 농업기술센터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다품종 벼를 고르고 지력을 높이며 두엄량을 조절하는 등의 농사기술도 익혔다.

맨손으로 하다시피한 농사를 이제는 대당 3000만원대가 넘는 콤바인 1대와 트랙터 2대 경운기 이앙기 퇴비살포기 등 각종 영농기계가 도맡아서 한다. 2마리로 시작한 소도 30마리로 불어났다.

최씨는 축구특기생으로 고교를, 복싱특기생으로 체육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본업인 운동보다 ‘싸움질’을 더 좋아해 대학을 중퇴했다. 박종팔 김득구 등과 함께 권투를 했지만 곧 뒷골목생활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88년 결혼한 아내의 권유로 ‘어깨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부부 모두 농사를 지어보지 않아 농기구 이름도, 사용법도 모른 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13일 농어촌진흥공사로부터 우수 쌀전업농으로 뽑힌 그의 꿈은 3만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만들어 도시사람들에게 흙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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