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범식/코스닥시장 건전육성에 관심을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코스닥시장이 날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거래량의 폭주로 주문체결이 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단지 규모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비롯한 벤처기업과 유망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방송사 통신회사 등 140여 개 기업이 금년 중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이다.

한국 코스닥시장이 벤치마킹한 미국의 나스닥 시장은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시장으로 자리 매김할 때까지 30여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에 비해 코스닥시장은 장외중개시장 개설에서부터 12년, 코스닥시장 발족부터 계산하면 불과 3년 사이에 실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금년 4월 이후 월 거래량만으로도 98년도 전체거래량에 맞먹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99년 5월 거래대금 2조1000억원은 98년 전체 거래량인 1조607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양적 성장 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주가지수로 표현되는 코스닥시장의 성장세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이나 유통서비스업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건설 금융업 등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다. 벤처산업육성이라는 최근의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코스닥시장을 통한 등록 기업들의 자금조달활동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98년 등록기업의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서 97년에 비해 3배의 증가세를 보여준다. 코스닥시장의 최근 성장이 유망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의 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어느 정도 부응해가고 있는 증거라고 하겠다.

단순히 시장이 급격하게 활성화를 보이는 현상만으로 시장을 투기시하고 경계하는 것보다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미비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지나친 경계는 어려운 노력 끝에 이제 막 피어나려는 시장의 전환 의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코스닥시장이 유망중소기업과 21세기 국가경제의 초석이 될 벤처산업의 굳건한 자금지원 시장으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완돼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공정거래질서의 확립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신뢰성 있는 규제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코스닥시장에는 중소 벤처기업의 특성상 고위험종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유동성 부족으로 호가 공백기간이 길어 소량 거래만으로도 주식시세가 급변하는 등 불공정거래의 위험에 심하게 노출돼 있다. 실제로 거래실적부진, 주식분산기준 미달 등으로 인해 전체종목의 과반수가 넘는 종목이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있으며 일부 통신관련 종목을 제외한다면 거래도 거의 없는 편이다. 99년 5월말 현재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종목이 전체의 60%나 된다.

기술집약적 기업이 집중된 시장에서 신기술관련정보 및 제한된 내부정보와 관련해 불공정거래가 일어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이 바로 코스닥시장이다. 유사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에서도 컴퓨터 전자정보통신과 관련된 소형주를 중심으로 불공정거래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경쟁력있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를 과학적으로 적출하고 예방할 수 있는 선진적인 종합감리시스템의 지속적인 도입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된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신뢰성있는 공시제도의 보완도 시급하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공시는 유가증권신고서 및 등록서류의 제출단계에서부터 확보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패턴의 선진화도 요망된다.코스닥시장이 우량중소기업과 유망벤처기업을 위한 자금조달시장으로, 100만 고용을 창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활성화에 대한 지나친 경계도 금물이나 무분별한 투자패턴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장범식<숭실대교수·코스닥위원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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