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재/야당의 「의혹 재생산」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이른바 ‘그림로비 의혹’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착잡한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의석이 가장 많은 ‘공당(公黨)’이자 ‘유일 야당’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24일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측의 ‘그림로비설’이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공식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림 구입자금의 출처라든지 구입한 그림의 수와 구입목적 등이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의혹 재생산’에 몰두했다.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에 대해 여당 쪽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너무 풍문과 낭설 퍼뜨리기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한나라당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각종 호재와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에 도취돼 공당으로서 당연히 기울여야 할 확실한 증거 확보 노력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맨 처음 ‘그림로비설’이 터져나왔을 때 한나라당은 “그림이 고관대작들에게 로비 수단으로 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최회장측이 그림을 그대로 보관중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나중에 그림을 회수했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또 그 뒤에는 “여권 인사들로부터 직접 고가로 매입해 거액의 매매차익을 보장해줬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신범(李信範)의원이 사건과 별관련도 없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최회장측이 당초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 부부의 그림 400점을 구입했다”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한 것도 면책특권을 너무 남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이회창(李會昌)총재까지 나서 “여권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만족하지 말고 사건 하나하나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당직자들에게 지시했을까.

이원재<정치부>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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