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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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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운전자들을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뉴저지주 경찰관들의 행태, 아마두 디알로 소년에 대한 뉴욕 경찰의 총격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흑인들과 경찰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악화되었다. 여론의 비난에 대해 경찰관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흑인 범죄자의 비율이 흑인의 인구 비율에 비해 특히 높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따라서 인종에 유의하는 것은 경찰업무의 일부일 뿐이다.”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마이크 루이스 경사는 과거에는 마약문제로 체포되는 사람의 95%가 백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의 모두가 흑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수백명의 흑인 마약 밀수꾼들을 심문하면서 ‘왜 마약 운반에 백인들을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나를 비웃었다. ‘백인들에게 우리 약을 맡기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었다.”범죄 기록을 살펴보면 경찰관들이 흑인을 의심하는 성향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인구 중 흑인의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92∼96년에 일어난 자동차 강도 사건의 범인 중 흑인의 비율은 58%에 이른다(백인은 19%). 미국 인구 중 14세에서 24세 사이의 흑인 남자 비율은 1.1%에 불과하지만 살인범의 28%가 흑인이다.
따라서 경찰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흑인을 쉽게 의심한다. 인권운동 지도자인 제시 잭슨은 몇 년 전 이런 말을 했다. “거리를 걷다가 뒤에서 발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혹시 강도가 아닐까 두려워하면서 고개를 돌렸을 때 백인이 있는 것을 보고 안도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물론 잭슨은 나중에 열악한 교육 환경이 폭력을 낳는다는 뜻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당장 강도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교육 환경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인종에 바탕을 둔 용의자 파악을 ‘도덕적으로 변호할 수 없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 마약통제 정책국의 웹사이트에는 어떤 인종의 사람들이 어떤 도시에서 어떤 마약을 팔고 있는지가 기록되어 있는데 덴버에서는 멕시코 사람들이 헤로인을 팔고 있고 트렌턴에서는 코카인 밀매꾼 중 대부분이 흑인 남성이다.
인종에 의한 용의자 파악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FBI의 인적사항 파악 결과를 계기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FBI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백인 남성이었다.
그러나 요즘 인종차별적인 수사를 부추긴다며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곳은 마약 규제국(DEA)이다. 물론 이런 비난에 대해 DEA는 용의자를 파악할 때 오히려 인종을 지표로 이용하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인 제롬 스콜닉은 자신의 저서에서 경찰관들이 ‘상징적인 범죄자’의 모습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콜닉에 따르면 ‘상징적인 범죄자’는 젊은 흑인 남성의 모습이다.
젊은 흑인 남성은 백인 경찰관뿐만 아니라 흑인 경찰관들도 쉽게 의심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흑인이 백인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흑인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고 해서 대부분의 흑인을 범죄자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는 흑인동네에서처럼 검문을 하지 않는다.
조지타운대의 법학 교수인 데이비드 콜은 미국의 불법 마약 사용자 중 흑인의 비율이 13%인데 반해 마약 소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흑인의 비율은 74%나 된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경찰이 UCLA 캠퍼스에서 흑인지역에서만큼 자주 검문을 한다면 상당히 많은 백인들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될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우범 지역에서 만난 한 젊은이는 “경찰관들이 아무 이유 없이 우리를 괴롭힌다”고 단언했다. 근처에서 만난 다른 흑인 젊은이들도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이 젊은이들은 특히 뉴저지 유료도로에서 가장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한 젊은이는 “거긴 최악”이라면서 “나는 절대로 그 길에서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옆에 있던 흑인 경찰관 진 존스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뉴저지주 방위군의 하사이기도 한 존스는 “주말에 방위군 근무를 위해 뉴저지에 갈 때 뒷길을 이용한다”면서 “경찰관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존스는 이어 어느날 밤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백인 아이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잡히면 경찰관들은 ‘네 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야겠다. 문제가 심각해’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하던 흑인 아이들은 그냥 체포된다. 흑인 아이들이라고 아버지가 없는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