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어린 선수 가슴에 못박는 수영연맹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32분


97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회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한국의 장윤경―김민정조는 개최국 러시아의 텃세도 물리치며 수영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우승(듀엣부문)을 차지했다.

당시 아무도 한국이 우승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해 시상식에 사용할 태극기와 애국가가 준비되지 않아 주최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2년마다 개최되는 주니어세계선수권은 7월 콜롬비아에서 6회대회가 열린다. 주최측이 강력한 우승후보인 한국의 국기와 국가를 준비해 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수영연맹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주최측이 애써 준비한 태극기를 쓸 일이 없어졌다. 수영연맹은 최근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불참을 결정했다. 이 대회 참가로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전략 차질 우려가 표면적 이유지만 실제로는 연맹내분으로 대회경비 지원 및 책임체계가 무너진 때문.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이 대회에 대비해 맹훈을 거듭해온 선수들의 부모는 자비로 대회에 출전키로 하는 동시에 연맹에 행정편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연맹은 행정적 지원만 해달라는 이들의 부탁마저 한마디로 거절했다. 국가대표가 자비로 출전하는 일은 연맹의 명예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것. 최근 문화관광부의 승인없이 7억원이 넘는 기금을 수익사업에 사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수영연맹에 과연 흠집이 날 명예가 남아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연맹의 가장 큰 존재가치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 그래서 수익사업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재원 마련이란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다.

수영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어린선수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메달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을 연맹이 저지르고 있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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