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거리휴지통 턱없이 부족…『짜증나요』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32분


『종로4가에서 2가까지 걸어가며 주위를 샅샅이 살폈지만 휴지통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양손에 서류가방과 담배꽁초, 빈 음료수캔을들고걸어다니자니 얼마나 짜증스럽던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4가에 있는 거래처를 나와 걸어서 종로2가의 약속장소에 간 회사원 유동국(柳東國·30·서울 양천구 목동)씨.

휴지통을 찾지 못한 유씨는 약속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쓰레기를 손에 들고 다녀야 했다.

연세대 학생 한모씨(23)는 등교할 때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로 곳곳에 쌓인 캔이나 아이스크림 봉지 등 쓰레기를 보면 이만저만 불쾌한 게 아니다.

“신촌역 주변의 유동인구에 비해 휴지통이 턱없이 부족해요. 솔직히 휴지통을 찾을 때까지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지하철역 통풍구나 배수구에 슬쩍 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 서울 도심에서 휴지통을 찾기가 쉽지 않다. 95년 1월 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된 뒤부터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가로휴지통(도로변에 놓인 휴지통)을 많이 없앴기 때문.

서울시에 따르면 94년말 8296개에 달했던 시내 가로휴지통이 지난해말엔 3958개로 줄었다. 종량제 실시 전과 비교할 때 절반 이상 줄어든 것.

서울시 관계자는 “종량제가 실시되자 일부 상가와 주택에서 인근의 가로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례가 많아져 가로휴지통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종로 1∼6가를, 송파구는 방이동∼송파동∼석촌동을 잇는 백제고분로(4.7㎞)를 ‘가로휴지통 없는 시범거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로휴지통이 없는 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것.

동대문구도 하루 유동인구가 500만명에 육박하는 청량리역 앞을비롯해구 관내 가로휴지통을95년말모두 철거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버스정류장 주변이나 지하철역 입구 등에 휴지통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종량제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없어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시민들은 “일부 몰염치한 사람 때문에 아예 휴지통을 없애 대다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제보전화 02―361―0467(낮시간), 팩스 02―361―0426∼7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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