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합과세 부활 또 미루나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32분


금융종합과세 부활이 또 미뤄지게 됐다. 기업 금융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노사관계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금융종합과세 재실시는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해 안정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이유다. 비록 ‘금융시장 안정 후’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조세정의와 소득 재분배를 위해 금융종합과세 조기부활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같은 약속이 빈말이 돼버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금융종합과세 부활은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무엇보다 무너진 공평과세원칙을 이대로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과세기준금액 원천징수세율 과세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예금자에게는 세율을 낮춰 세부담을 덜어주고 고액금융소득자에게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그것이 이른바 조세정의이자 과세형평이다.

그런데도 재작년말 재계의 전면 유보 주장을 정치권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고액금융소득자의 세부담은 최고 40%에서 22%로 절반 가량 줄어든 반면 저소득층의 이자소득세는 15%에서 22%로 늘었다. 다시 말해 고소득층은 초기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의 고금리체계에서 엄청난 금융자산소득을 얻었으나 저소득층은 그만큼의 불이익 고통을 떠안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종합과세 유보가 경제위기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97년 금융종합과세 신고자는 3만여명이며 금액은 2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발행된 비실명채권 판매도 목표에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판매목표 1조6000억원이었던 고용안정채권은 8700억원, 2조원이 목표였던 증권금융채권은 8000억원어치가 팔렸을 뿐이다. 당초 기대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유보결정이 조세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고 계층간의 위화감만 키웠던 것이다.

언필칭 경제정의 실현을 외치고 있는 정부다. 최근에는 적자재정을 무릅쓰고 중산층 및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언제까지 종합과세를 유보함으로써 고소득 금융소득자의 이익은 보호하고 그 부담을 중산층 이하 납세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인가. 또 종합과세가 구조조정이나 노사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행여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면 더욱 말이 안된다. 조세정의와 세수확보, 계층간의 위화감 해소를 위한 종합과세 재실시는 앞당겨져야 마땅하다. 올해 관련법령을 개정한다 해도 세금부과는 2001년에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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