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은상/경제위기 극복 저력 과시할 기회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08분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약 2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47% 증가했다.

올해 유입된 외자의 투자대상을 보면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 가장 많은 6억달러, 금융업에 5억달러가 투입되는 등 외국인 투자가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에 중국은 전년보다 0.5%, 태국은 25% 증가에 머물렀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부진 속에서도 한국의 투자유치 실적이 유독 증대한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선진국의 긍정적인 평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의 총 수출 중 약 35%를 점유하는 시장이므로 이 지역의 균등한 발전은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력 증가와 수출시장의 확대를 가져온다. 따라서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상호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작년 11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에 의해 만장일치로 채택돼 6월 2∼5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APEC 투자박람회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한국의 이익과도 부합된다 할 수 있다.

문화적 종교적 지역적인 인접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를 구축해 가고 있는 유럽연합(EU)과는 달리 APEC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가에서부터 한국과 같은 중진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 1인당 국민소득 5백달러 수준에 불과한 국가들로 구성돼 경제적으로 3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단계의 차이 때문에 그동안 관세로 인한 무역자유화 등 많은 분야에서 상호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왔으나 회원국 전체이익을 반영하는 공동행사의 개최가 사실상 용이하지 않았다. 이번 투자박람회는 APEC 사상 처음으로 21개 전체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공동행사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세계 상품무역은 연 평균 약 8% 증가에 불과했으나 직접투자는 18% 이상 증가하는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품무역을 촉진하는 주요 수단인 대규모 상품무역박람회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4백회 이상 열리는 데 비해 직접투자의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관련 박람회는 아직까지 개최된 예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투자박람회의 개최는 국제경영학자들과 세계전략을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4만5천여개의 다국적 기업이 약 30만개의 해외지사 및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만 하더라도 다국적 기업의 본지사간 교역이 미국 전체 교역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투자박람회는 한국의 투자여건을 전세계 투자가들에게 소개하고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가는 저력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박람회에는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서 약 2천명의 잠재투자가들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기업의 세계 경영전략을 위한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은상<전KOTRA 사장·부산 외국어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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