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무고한 희생자들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가 지난달 유고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지 6주째, 출격횟수는 2천5백회가 넘는다는 통계다. 어제는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유고 연방군 사령부와 연방경찰본부까지 폭격했다. 밀로셰비치 정권의 내분도 심각하다는 보도다. 그러나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 NATO측 고민도 적지 않다. 유고측이 주장하는 지금까지의 민간인 희생자는 1천여명.

▽NATO측은 최첨단장비를 동원해 유고의 군사·산업 시설 등만 목표로 선별 폭격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NATO 공군기들이 목표물을 확인하는 방법은 대개 세 가지. 정찰기로부터 무전연락을 받거나 조종실에 설치된 열반응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눈으로 목표물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오폭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설명이다.

▽우선 폭격기는 음속으로 1만5천 피트 상공을 비행하다 목표물이 나타나면 최소한 4천6백 피트까지 급강하해 폭격을 해야 한다. 구름낀 날은 작전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 공군의 한 F16 조종사는 폭격이 번지점프를 하는 것처럼 뛰어내려 도로 위의 동전을 쏘아 맞추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특히 유고군 트럭이 민간트럭과 뒤섞여 있거나 군트럭에 민간인이 타고 있을 경우 어떻게 민간인과 군의 식별이 가능하겠느냐는 항변이다.

▽어떻든 유고정부는 민간인의 참혹한 희생 장면을 사진으로 선전하고 있고, NATO나 미국측은 그것이 조작된 것이라고 폭로하는 등 사진전(戰)까지 벌어지고 있다. 민간인 희생자 수도 NATO측 주장은 유고측 주장의 10분의 1인 1백명 정도.

문제는 세계여론이다. NATO는 하루 평균 폭격비용만으로 2천만달러를 쏟아붓고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세계 인도주의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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