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국회사무처 「이상한 구조조정」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국회사무처 구조조정문제를 다루는 여야의 태도가 너무 이상하다.

여야는 17일 국회사무처 직원의 11.2%인 1백72명을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 구조조정안에 합의하면서 예외적으로 현행 36명인 국회 정책연구위원(1∼4급)을 80%가량 늘어난 64명으로 상향조정했다.

협상당사자인 여야 수석부총무들은 “국회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다.

정책연구위원은 명목상으로는 국회에 소속돼 국회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지만 정식명칭인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이 말해주듯 실제로는 소속 정당을 위해 일하는 정당원이다. 결국 여야는 국회사무처에 대해서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몫인 정책연구위원 숫자는 크게 늘린 셈이다.

이 때문에 국회사무처 구조조정안은 각 정당 사무처의 잉여인력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위인설관(爲人設官)식’ 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당사무처 잉여인력 해소가 다급한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자 여당도 못이기는 체 하면서 ‘이상한’ 구조조정안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여야합의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64명에 달하는 정책연구위원의 집합은 간부숫자로만 보면 웬만한 정부부처 청(廳)수준에 이른다. 이들의 인건비도 연 16억원에서 28억원으로 늘어난다.

“정치권의 이중잣대가 적용된 전형적인 구조조정안이다. 앞으로 의원숫자를 줄인다고 했는데 결과가 뻔하지 않겠느냐”는 한 사무처직원의 푸념을 정치권은 되새겨야 할 것 같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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