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과열혼탁의 「주범」

  • 입력 1999년 3월 14일 19시 33분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및 경기 안양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이 14일 시작되었다. 오는 30일 실시되는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들이 본격적으로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것이다. 또 홍준표(洪準杓) 이기문(李基文)씨의 의원직 상실에 따라 서울 송파갑, 인천 계양―강화 재선거도 내달에 치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만은 과열 혼탁선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벼르면서 각급 선관위에서 단속실적이 뛰어난 직원들을 뽑아 현장에 투입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불법 탈법 선거운동을 막기 위해 선관위와 별도로 선거 감시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나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의 각종 재보선에서 여야 정당들이 마치 관성처럼 당력을 총동원해 결사적으로 대결하던 것을 보아온 경험때문이다. 단지 특정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거나 지역행정책임자를 가려내는 선거에 불과한것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니,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니 하는 식의 구호를 내걸고 과열혼탁을 부채질해왔던 것이다.

그런 확전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순전히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자존심 경쟁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달리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간평가니 신임투표니 하는 의미부여도 정치판의 자의적 해석이요 선동구호일뿐 그 속을 파헤쳐 보면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재보선에서 여야가 어디서 지고 어디서 이긴 것이 오늘날 정치에 무슨 대단한 의미로 새겨지고 있는지 검증해보면 자명해진다.

벌써부터 선관위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정당별로 투표구의 득표책임자를 국회의원으로 세우는가 하면 중앙당 요원들의 파견 상주를 비롯한 인적 물적 투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역시 지난해 경기 광명을 및 수원팔달 선거때처럼 금배지들이 온통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며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재보선 소동이 재연될 전망이다. 그런 여야간의 정치적 ‘드잡이’에 선관위나 시민단체의 감시인들 제대로 통할리 없다.

국민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난국속에 불경기 도산 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치무대에서는 그들 끼리의 경쟁 메커니즘때문에 국가적 낭비를 일삼는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으로 당선되는 의원의 임기는 고작 일년 남짓이다. 그런 자리 메우기 재보선을 하면서 중앙당끼리 대리전을 펼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사를 제쳐놓고 재보선 지역구에 몰려 다닌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