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윤일/보험사 관행이 보험범죄 부른다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04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반인륜적인 보험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금을 노린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는가 하면 최근 철로에 자기의 발목을 잡아매 절단하고 강도사건으로 위장한 사건도 있었다. 고액보험금을 노린 잔인한 보험범죄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나 황금만능주의 가치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잘못된 보험제도와 운영이 보험범죄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우선 보험사의 보험계약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보험 모집시 가입자의 소득이나 직업 건강상태와 타사보험 가입정도, 자진보험 청약여부와 같은 도덕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형식적 심사만으로 보험 계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에 통합정보 교환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은행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예금주들의 타은행 거래정보를 알 수 있는 정보교환시스템이 마련돼 대출자격심사 때 고객관리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보험회사 간에 가입자 정보를 교환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보험범죄의 원인이 되는 도덕적 위험을 간접적으로 방조하는 셈이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가 얼마나 많은 보험에 가입해 얼마만큼의 보험금을 수령해 가는지도 모르고 보험계약고 높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가입정보를 교환하면 회사 정보가 타사에 유출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중복보험의 업계최고보장한도액이 시급하게 설정돼야 한다. 1인당 보장한도액을 설정하면 다수고액보험가입의 매력이 떨어져 보험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생명보험사는 1인당 최고보장한도액을 설정해 놓지 않고 있다. 인간의 가치는 무한해 금전적 가치로 산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범죄 또는 교통사고 등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피해자의 소득 직업 능력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보상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보상원리를 배제하고 무제한적으로 보험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이없는 보험범죄를 줄이기 위해 보험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윤일<라이나생명 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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