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빌리지]홍은택/신종직업「유머 컨설턴트」뜬다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05분


최근 미국 기업들이 ‘웃어야 산다’는 지혜를 체득하면서 유머 컨설턴트(웃음 전문가)라는 신종 직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중해지는 업무와 빠르게 바뀌는 기술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편안한 날이 없는 직장인들의 얼굴 주름을 확 펴주는 게 유머 컨설턴트의 임무.

IBM은 매년 뉴욕 허드슨강변에 있는 펠러세이드에서 중역회의를 열 때마다 존 모리얼이라는 유머 컨설턴트를 빠짐없이 기조연설자로 초청한다. 모리얼은 중역들을 웃기는 것은 물론 웃음이 부하직원과의 의사소통에 경이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도 가르친다.

웃음전문가들은 스트레스에는 유스트레스(Eustress)와 디스트레스(Distress) 두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전자는 번득이는 재치와 조크로 활기찬 긴장을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힘인 반면 후자는 직장인들을 우울과 고민에 빠지게 하는 부정적인 스트레스.

이들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무자비한 감원과 해고위협을 통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유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웃으면 근로자들이 건강해지기 때문에 회사의 의료보험부담도 줄고 지금처럼 극심한 구인난 속에서도 인력을 다른 회사에 빼앗기지 않는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웃음전문가를 찾는 기업은 주로 딱딱하고 건조한 전문용어투성이인 컴퓨터회사를 비롯해 증권 보험 전화회사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읏음전문가를 강사로 모셔간다.

일급 웃음컨설턴트는 1시간 강연료로 5천달러(약 6백만원)를 받을 정도의 ‘귀하신 몸’. 이 때문에 전문가를 데려다 쓸 형편이 안되면 사장 자신이 종업원을 웃기거나 사내에서 재담가를 발굴해야 할 판국이다.

웃기 위해 전문가까지 필요한 세상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직장인들이 웃음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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