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완배/『아낄게 따로 있지…』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40분


‘3백60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 돈은 한창 자라나는 2∼7세 어린아이들이 매일 밥과 간식을 먹는데 썼어야 할 금액이었다. 그러나 15일 서울 관악구의 일부 구립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이들의 급식비와 간식비를 유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원장은 “아이들에게 배정된 급식 간식비를 꼭 채워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돈을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하느냐. 식비를 아낀 돈은 모두 아이들의 교육재료를 구입하는데 들어갔다”고 강변했다.

이 어린이집이 식비로 사용하기로 된 돈은 한달 평균 4백80여만원. 그러나 실제 사용된 돈은 1백만원이 모자란 3백80만원 정도였다. 한 아이에게 하루 평균 3백60원어치의 급식 간식이 덜 지급된 셈이었다.

원장은 “먹는 것보다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식비를 아껴 교재를 더 샀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비용으로도 아이들이 특별히 못먹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는 생각이 다르다. 한 부모는 “아낄 게 따로 있지요. 여기 주민들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에요. 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맡기는데 세상에 2천원도 안되는 애들 급식 간식비를 줄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오후 2시. 이 어린이집에서는 3백60원어치의 음식을 더 먹었는지 덜 먹었는지 알 턱이 없는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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