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가진것과 행복지수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8시 39분


영국의 한 교수가 최근 5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방글라데시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가난한 나라들이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46위) 일본(44위) 등 선진국들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한국은 중간쯤인 23위. 다소 의외인 이 조사결과는 행복이 무엇이며 잘산다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인지를 생각케 한다.

▼부(富)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중에 의외로 불행한 사람이 많다. 가난에 근심이 따르듯 돈에도 근심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대다수 부자들은 돈의 노예이지 주인은 아니다. 돈을 많이 가졌기에 파멸한 사람도 흔하다. 반면 예부터 위대한 사람들 중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았다. 또한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지나치게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욕심을 부리는 한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작은 집에 살면서 워리크 성(城)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워리크 성에 살면서 무엇을 봐도 감탄할 것이 없는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요컨대 부는 현명한 사람에게만 행복을 가져다 줄 뿐 돈이 바로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GNP 올리기’에만 매달려 정신없이 달려온 느낌이 없지 않다. 그 결과 가난을 벗기는 했으나 잃은 것도 많다. 팽배한 물질만능주의, 모든 게 돈으로 통하는 한심한 사회, 삭막한 인간관계,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환경 등등. 졸지에 닥친 IMF관리체제는 지금 우리에게 앞만 보고 달려 온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한다. 진정 잘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김차웅<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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