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6년만에 석방된 조세형씨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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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된 조세형은 26일 오후2시 ‘수의(囚衣)’대신 감색 개량 한복을 입고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서 서울구치소 문을 나섰다.

법원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기쁜 마음보다는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소감을 밝힌 조씨는 “15년 전 사건의 ‘감춰진 진실’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근차근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심정은….

“나를 도와준 사람들과 재판부에 감사한다.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큰 성원을 보내주었다. 이들의 성원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석방을 예상했나.

“보호감호처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하는 것이 이미 위헌판결을 받았고 다른 동료들도 재심청구에서 이기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생을 신앙인으로 살 각오가 돼 있다. 신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대도’나 ‘의적’이라고 불리는데….

“부끄럽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라고 생각한다.”

―재벌과 고위 공직자의 집에서 훔친 ‘장물’의 규모가 수사기관의 조작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는데….

“덕(德)스럽지 못한 이야기라 이곳에서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보석류만도 마대로 4개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2개라고 발표했다.”

―수사기관이 고의로 빼돌린 것인가.

“빼돌렸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집에서 압수된 물건이 수사과정에서 빠진 것만은 확실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가 아직도 심각한가.

“내가 가혹행위를 당한 것은 85년의 이야기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제도적인 문제때문에 교도관들이 본의 아니게 재소자에게 무리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종필총리집에서는 뭘 가져왔나.

“72년으로 기억되는데 김총리집에 들어가 보고 실망했다. 기념품으로 빗하고 담배케이스 하나를 가지고 나왔을 뿐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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