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국회의원의 소신 발언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16분


얼마 전 우주선을 타고 신체변화 실험에 응한 글렌 미국 상원의원은 77세의 고령자로는 위험한 일에 나서서 칭송을 받았다. 글렌이 여기서 얻은 용기와 헌신 이미지는 정치인으로서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 최근 정계에서 은퇴하고 낙향한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정치인의 결단을 보여주었다. 한국에는 그만한 정치인이 없느냐는 토로도 많았지만 최근 몇몇 의원의 소신행동이 화제다.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서울 광진을)의원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야당시절 특검제를 주장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돌아섰다. 한나라당은 여당시절 특검제를 반대하다가 야당이 되자 이제는 입장을 바꾸어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추의원은 이런 여야 행태를 함께 꼬집었지만 당론을 떠나 소신을 밝힌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

▼당론에서 벗어나는 소신행동은 한나라당에도 있다. 안택수(安澤秀·대구 북을)의원은 경제청문회가 열리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종웅(朴鍾雄·부산 사하을)의원은 한나라당 당론과 달리 금강산 관광사업이 남북교류 확대를 위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2일 자신이 직접 금강산관광선을 탈 계획이다.

▼정치개혁의 핵심이슈는 언제나 소수지배와 사당(私黨)구조의 혁파에 모아진다. 개방적 대중정당이 못되고 특정지역에 기반한 간부정당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선거나 정치자금 비리를 고칠 수 없다. 그 간부정당의 틀을 깨는 것이 소신발언과 크로스보팅같은 자율성이다. 공천심사가 의원의 자율성 확대를 막는 장치로 악용되기도 한다. 위험부담에 비례해 용기를 평가하듯이 의원의 소신행동에도 그만한 점수를 주어야 할 것같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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