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BS주말극 「흐린날에 쓴 편지」작가 김운경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51분


“KBS 2TV드라마 ‘파랑새는 있다’를 쓸 때였어요. 제작진에서 배우 캐스팅한 것을 보더니 결재권을 가진 분이 ‘이 고구마같이 생긴 인간들을 갖고 어떻게 드라마를 하느냐’고 화를 냈다는 말을 들었는데…참 기가 막히데요.”

‘서울의 달’ ‘옥이 이모’‘ 파랑새는 있다’의 작가 김운경.

서민들의 삶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리다보니 ‘고구마같은 얼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깎은 밤처럼 매끈한 미남미녀들이 우아하게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31일 SBS에서 첫방영되는 ‘흐린날에 쓴 편지’(주말 밤8·50)도 마찬가지.

‘로맨스’ 후속인 이 드라마는 한정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여사(정혜선 분)의 4남매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장남인 영범(김영철)은 외국유학까지 다녀와 연구소에 근무하던 엘리트이지만 IMF사태로 갑자기 실직당한다. 차남 영두(김석훈)도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여기에 아직도 ‘오빠’임을 자부하는 서예학원장 진촌(이순재)과 입방아 때문에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는 도시락공장 사장 임서방(김성환) 등 독특한 인물들이 가세한다. 특히 홍여사의 남동생 범구(이정길)는 민주투사를 부르짖는 제2야당의 지구당위원장으로 설정돼 있어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김운경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인기작가이면서도 사기꾼 제비 차력사 창녀 등 밑바닥 삶을 진솔하게 그리는 고집 때문에 방송사 안팎에서 종종 갈등을 빚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드라마에서 DJ역을 했던 탤런트 백윤식이 ‘파랑새…’에서 사기꾼역으로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는 바람에 “‘선생님’을 사기꾼으로 만드냐”는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또 ‘서울의 달’에 등장하는 코믹한 미술교사가 교사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교육위원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80년대 5공시절 KBS ‘TV문학관’을 쓸 때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가니까 제발 작품에 갈등구조를 만들지 말라는 간부의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이번 작품에는 외압이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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