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나산플라망스 「헝그리베스트5」 꿈꾸다

  • 입력 1998년 10월 9일 18시 59분


한때 ‘헝그리 베스트5’라는 농구만화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낙오자들이 모여 절치부심끝에 최고의 팀을 만드는 줄거리였다.

경우는 다르지만 프로농구 나산플라망스도 ‘헝그리 베스트5’로 불린다. 모기업 부도 이후 갖은 악조건과 싸우며 농구를 하는 모습이 인기만화와 닮아서이다.

나산 선수들에겐 프로는 한갓 허울일 뿐이다. 98농구대잔치 참가를 위해 7일 광주에서 상경한 선수단 버스엔 쌀과 부식이 잔뜩 실려 있었다.

“구단에서 돈을 풀지않으니 사먹을 수 없잖아요. 서울에선 외상도 주지않을테고…. 할 수 없이 연고지인 광주에서 외상으로 열흘치 쌀과 부식을 구해 올라오는 길입니다.”

황유하감독의 얼굴은 초췌했다. 추석 떡값은커녕 석달째 월급을 받지 못해 동요하는 선수들. 체육관 사용료가 밀려 눈치를 보며 해야하는 훈련.

나산 선수들의 서울 숙소는 대방동의 오피스텔. 모기업이 지었다가 분양이 안돼 비어 있는 곳이다. 올해 호텔급 숙소 투숙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도 선수들의 눈빛만은 초롱초롱하다. 선수들은 상경 전의 미팅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우리가 사는 길은 다른 기업이 팀을 인수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고.

문제는 다음달 막오르는 98∼99프로농구. 전국을 돌며 경기를 해야해 숙소비용과 식대 등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나산으로선 황감독 말대로 여건이 좋아지지 않는 한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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