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경애/엄마 실수 이해해 준 아들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2분


“엄마, 교복바지 주머니에 봉사활동 확인서가 든 것을 모르고 그냥 빨아서 글씨가 다 지워지고 엉망이 됐어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수업마친뒤 봉사활동하고 갈게요.”

전화선을 통해 들려온 아들의 당황한 목소리에 더 당혹스럽고 속상한 것은 엄마였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봉사활동 1학기 21시간을 중2 아들은 열심히 채워 나갔다.

동사무소 우체국 파출소 등을 두루 찾아다녔다. 특히 우체국은 아침 7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도 못먹고 허둥지둥 집을 나서기도 했다. 동사무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켜주지 않아 땀을 비오듯 흘리며 몇군데 더 찾아다니다가 그냥 돌아온 날도 있었다.4시간 반을 꼬박 청소했는데 4시간 봉사한 것으로 적어줘 속상해 하기도 했다.

마침내 21시간을 모두 채우던 날,신이 난 아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그런데 엄마의 부주의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키가 작고 몸도 허약한데….

“다시 하면 돼요. 오늘은 토요일이니 학교 끝나고 세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올게요.” “그렇게 하렴. 학생으로서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힘들고 피곤해도 잘 해내리라 믿는다.”

김경애(강원 동해시 삼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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