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교육개혁과 「학부모헌장」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15분


‘교육개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어도 개혁의 성과는 좀처럼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런 난감한 현실이 누구 책임인가를 따져본다면 단연 교육당국이 으뜸일 것이다. 가령 부실한 공교육을 제공하면서 과외가 필요없는 교육풍토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수돗물이 안전하다며 생수를 사마시지 않아도 좋다는 말처럼 공허하다.

▼교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안정된 직장인으로 안주하면서 무사안일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을 소신껏 가르치는 스승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학생 교사와 함께 또 하나의 교육주체라고 할 학부모는 어떤가. 교육당국과 학교를 나무라기에 앞서 학부모들 스스로 자녀를 바르게 키워 왔는지 허심탄회하게 반성할 일은 없는가. 있다면 개선책은 무엇인가.

▼그 학부모 반성의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시민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학부모헌장’을 제정했다. 이 헌장은 학부모들이 ‘입시경쟁에 시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했을 뿐 즐겁게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고 반성하며 ‘이제 학부모가 달라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구체적 실천사항도 다짐했다.

▼헌장이 내세우는 자녀상은 ‘개성과 창의성있는 아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이’로 요약된다. 미래의 인재양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평소 올바른 교육적 신념을 갖고 있는 학부모라도 실제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쉽게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이론과 현실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학부모운동의 관건이다. 물론 교육당국의 과감하고 신속한 개혁조치가 수반된다는 전제아래 가능한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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