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준비 하긴 하나?

동아일보 입력 1998-09-22 19:04수정 2009-09-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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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월드컵대회 주경기장 시공업체가 선정되고 아직 조감도에 불과하지만 한국적 멋을 한껏 살린 경기장 모습도 선을 보였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2002년 월드컵을 실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볼 때 그동안 우리가 해놓은 일이라고는 주경기장 문제 말고 따로 내세울 게 거의 없는 현실이다. 주경기장도 이제 첫 삽을 뜬 데 지나지 않는다. 96년5월 월드컵 유치 이후 2년이 넘는 세월을 허송하지 않았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번 상암구장의 경우도 공사기간이 촉박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개최도시와 비교하면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10개로 확정된 개최도시 숫자가 우리 경제형편을 감안할 때 너무 많다는 의견에 따라 이를 줄이는 문제가 정부와 여당에서 거론된지 오래지만 아직껏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시들이 구장 건설에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바로 개최도시 문제가 확정되더라도 대회 개막에 맞춰 제때에 구장을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도시들이 세수 급감에 따라 공사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점에 대해서도 정부나 관련단체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경비조달 방안으로 외국 업체들이 제시한 축구복권 발행문제를 수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 우리 방송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월드컵 TV중계 주관방송사로 선정되는 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처럼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다 보니 숙박 편의시설과 같은 문제는 거론조차 안되고 있다.

월드컵 준비작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준비와 추진에 구심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러 당사자 가운데 누구도 일의 매듭을 풀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있으나 개최도시의 재정문제까지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련 단체들이 매사에 정치권 등 외부의 힘에 매달리려 하는 것도 문제다. 공동주최국인 일본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프랑스월드컵 이후 국내에는 프로축구 경기에 관중이 크게 몰리는 등 축구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에 비해 정부나 해당 단체들의 미온적인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회를 유치해 놓고 이런 식으로 나몰라라 하는 자세가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 관계자들은 빨리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고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 주춤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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