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복원 급하다

  • 입력 1998년 9월 18일 18시 52분


정치권 사정(司正)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정국이 극한대치로 치닫고 있다. 야당은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 1백여명의 사퇴서를 지도부에 맡기고 장외투쟁을 본격화했다. 연립여당은 단독국회를 열어 야당을 성토한 데 이어 내주부터는 의안 단독처리도 불사하기로 했다. 여야가 이 모양이니 정기국회는 정상화될 기미도 없고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사정의 진행양상에 반발하는 야당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전직 총재권한대행을 포함해 여당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현실을 겪는 당사자로서는 ‘편파사정’ ‘표적사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총사퇴와 장외투쟁이 과연 옳은 대처방식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투쟁방식은 국민의 불안만 키울 뿐 여론의 지지를 얻기도,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의원총사퇴와 장외투쟁은 우선 명분에 맞지 않는다. 형평성 시비와는 별도로 비리혐의가 있으니까 소환한다는데 그런 식으로 버티겠다는 것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장외투쟁에 국민이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는 야당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야당의 지나친 강경노선은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하고 자칫 당내 갈등만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이미 그런 기류가 싹트기 시작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야당은 의원총사퇴를 거두고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사정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시정하는 데도 국회가 더 효과적이다. 경제대책이나 대북문제처럼 야당이 국회에서 따지기 좋은 현안도 산적해 있다.

여당도 그렇다. 작금의 사정정국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여당에 꼭 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교착정국이 길어질수록 여론은 여당에 더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단독국회는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국정이 잘 풀린 전례도 없다. 구설수에 오른 의원과 ‘철새 정치인’까지 끌어들여 억지로 과반의석을 만들고는 겨우 한다는 것이 단독국회라면 참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사태가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를 냉정히 따져보고 정치력으로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야당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고 ‘의원 빼가기’를 자제하며 성실하게 대화를 재개해야 옳다. 그렇게 야당을 안심시켜 가면서 정치권 사정이 야당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어야 야당이 국회에 복귀하기 쉬워질 것이다. 사정은 일단 검찰에 맡기고 여야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지금의 대치정국은 여야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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