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글픈 교육현장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20분


부산의 한 여고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과잉체벌을 가하고 이에 흥분한 학부모가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 교육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서글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믿음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이런 공감대가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있음을 확인한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사태가 더 악화되면 교육의 실종을 걱정해야 할지 모르게 됐다.

밖으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 요즘 학교 주변에서는 비슷한 사건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학부모들이 즉각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학교운영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항의전화도 학교에 자주 걸려온다. 학부모가 학교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학생지도를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교사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교육부 지침으로는 학생체벌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런데도 해당 교사는 여학생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체벌을 가했다. 교육현장에서 아직 ‘폭력적’ 체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선도보다는 체벌에 의존하는 교사들의 구태의연한 자세는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의 항변에도 귀기울일 대목이 있다. 느슨한 가정교육에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학생들을 통제하려면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의 꾸지람을 받은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요즘 교실풍경이다. 교사만 나무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전면적인 체벌금지보다는 학생들이 잘못을 깨닫도록 하는 범위에서 사회적 용인절차를 거쳐 체벌 기준을 정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지도방식에 일정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권장할 만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민반응은 경계해야 한다. 학교내 문제는 교육적 관점에서 차분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의 잦은 항의로 학교가 흔들리게 되면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사회적 상궤(常軌)를 벗어나지 않는 한 교권은 보장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아울러 교사들은 이번 사건과 같이 교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올들어 잇따라 터져나온 촌지 및 불법과외 사건에 교사들이 연루되면서 교사의 권위가 추락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들은 존경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책임의식을 더욱 가다듬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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