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가부채 합리적 해결을…

동아일보 입력 1998-09-16 19:03수정 2009-09-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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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부채문제를 둘러싼 농정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마침내 전국농민단체들이 농가부채 경감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까지 갖기에 이르렀다. 역대정권의 농정 실패가 농촌을 피폐화시키고 빚더미에 짓눌리게 한 만큼 농가부채상환유예와 이자감면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농가부채문제 해결을 약속한 대통령의 공약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농가부채규모는 정책자금 10조3천억원, 농협과 축협 상호금융자금 12조7천억원 등 28조8천억원에 이른다. 농가당 무려 1천9백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내년까지 갚아야 할 원리금만도 13조8천억원 규모다. 이를 그대로 놔둘 경우 농업경영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져 기업 금융기관 부도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농민들은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정리에는 수십조원을 지원하면서 농정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외면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업농 육성, 생산유통시설 확충, 농촌특산단지 조성 등을 위한 그동안의 시설투자도 이번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낭비되어 농업경쟁력 제고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농가부채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농가부채경감대책이 부채상환을 면제해 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농민상호간은 물론 도시 서민과 중소기업의 역(逆)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우선 올하반기와 내년에 상환해야 할 정책자금의 일정기간 상환연기와 농업경영체의 도산을 막기 위한 자금의 추가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도 획일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자금의 유용여부와 부실원인 등을 가려 선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호금융자금은 농축협의 책임 아래 상환연기와 대출금리 인하가 결정되어야 한다.

농가부채대책은 엄청난 적자재정 하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재정지출은 곤란하다. 정부의 재정부담은 최소화해야 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87년과 89년에도 농가부채 경감조치가 이루어졌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었다.

이번 농가부채 경감대책도 단순히 농민들의 부담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부채대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농촌경영 안정화 대책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자금 지원과정에서의 잘못을 철저히 가려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부실 농업경영체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농가부채 문제로 정부가 계속 끌려다니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는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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