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美 인터넷 정보공개범위 논란

  • 입력 1998년 9월 13일 19시 07분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 인터넷.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인터넷 덕분에 학생들은 교실안에서 해외의 고급학술정보들을 다양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사업가들은 바이어와의 상담이나 상품 홍보를 인터넷으로 대체함으로써 사업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똑같은 칼이라도 요리사에게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필수도구가 되고 강도의 손에서는 무기가 되듯 인터넷에도 양면성이 있게 마련.

요즘 미국에서는 미국환경보호국(EPA)의 웹사이트를 두고 정보공개의 범위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EPA가 일반인들의 환경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환경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화학공장들의 용수관리실태 등을 EPA홈페이지(www.epa.gov)에 등록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이에 대해 미국 화학공업협회가 ‘테러리스트를 돕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 화학공업협회는 “그렇지 않아도 EPA홈페이지에 환경오염 검사방법 등을 설명하는 자료들이 많아 엉뚱한 곳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면서 “여기에 화학공장들의 기능과 역할, 생산물질들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와 95년 오클라오마 연방건물 폭파사건이 모두 이렇게 공개된 정보들을 참고해 만든 폭탄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화학공업협회의 이같은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EPA측은 이에 대해 “웹사이트 구축작업은 화학물질에 의한 대규모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며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 정보보안 전문가 두명을 고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평소 ‘견원지간’같은 사이인지라 두 기관의 논쟁을 해묵은 감정싸움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정보를 활용의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해야한다는 경각심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로 보는 이들이 많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는 이런 논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필수정보도 검색하기 어려운 공공기관들의 정보 비공개 관행을 무너뜨려야 하는 멀고 먼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다.

안진혁〈나우콤 C&C팀〉jhan@blue.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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