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병원에서]병원음식 값은 비싸고 맛-질은 뒤져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29분


3일 오후1시경 서울 순천향대병원 9층 복도 끝. 교통사고 환자 김모씨(44·사업)가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고난 뒤 휠체어를 탄 채 쉬고 있었다. 김씨는 “계란과 참기름도 없이 3,4가지 나물을 섞어놓은 비빔밥을 억지로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병원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환자도 있다”고 밝히면서 자신도 휠체어를 타고 있지 않다면 식당에서 사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원측은 “건강을 위해 싱겁게 만드는데다 환자들이 활동을 안하니까 밥맛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

올해초 서울의 종합병원들은 특이식이 아닌 일반식(食)의 값을 5천원대에서 6천원대로 올렸다. 음식값을 크게 내린 일반 식당과는 대조적. 그러나 맛과 질은 따라가지 않았다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만.

특히 어린이 환자가 먹을 것이 없다. 중앙대용산병원에 딸(5)을 입원시킨 정모씨(33·회사원)는 “3, 4가지 반찬이 나오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선 어린이 환자식에 매운 반찬이 많이 나와 환자 보호자들이 불만.

서울대병원의 이영희 급식영양과장은 “어린이식에 매운 반찬이 있는 것은 음식을 같이 먹는 엄마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병원식은 영양관리 위생관리 등에서 일반식당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현행 의료보험 체계로는 병원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숙식으로 적자를 보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이 외부 환경만 탓할 게 아니라 효율적 관리로 비용을 줄이고 남은 돈을 환자에게 써야 한다”고 강조.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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