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26]정부개혁실,계약공무원「실험장」

  • 입력 1998년 8월 18일 19시 41분


올 4월 13명의 민간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한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에선 지금 커다란 실험이 진행중이다.

이 곳에서 공기업민영화 업무를 맡고있는 공성도(孔成度)공공1팀장은 로펌 출신으로 연봉이 깍인채로 계약직으로 들어왔다.

“2년 계약했습니다. 소신껏 일하고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생각이어서 업무추진하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공무원조직이 계급사회라고 하지만 특별히 윗사람 눈치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계약직으로선 당연한 소리지만 공무원 조직에선 듣기 어려운 말. 부서간 업무협조도 원활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래도 걸리는 게 없진 않다.

“청춘을 고시공부에 묻고 관가(官街)에 들어온 관료들은 승진이야말로 유일한 낙이지요. 그런데 외부에서 떡하니 윗자리를 차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들이 시기나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는 크게 마음을 쓰지 않지만 기존 관료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 관료출신의 전언이다.

“회의때 가끔 그런 걸 느낍니다. 민간계약직 출신들이 하는 얘기를 받아서 하는 공무원이 거의 없어요.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거죠. 요즘엔 달라졌지만 초기에 계약직 공무원들이 상사 앞에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펴는 등 공직사회의 계급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재경부의 한 사무관은 재경부 연찬회에서 공무원조직의 경직성을 이렇게 풀어서 설명했다.

“아래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는 체제를 갖추었는지를 스스로 돌아봐야한다. 토론이 없고 공감대가 없는 일방향식의 지시만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풍토에서 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민간계약직 채용제도가 공직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폭제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기획예산위의 실험이 수개월 뒤 어떻게 조직을 바꿔놓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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