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헌진/『무료급식도 끊기고…』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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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마지막으로 무료급식을 중단합니다.’

14일 새벽 노숙자들이 집단 생활하는 서울역 서울플라자 뒤쪽 광장에는 이런 전단이 나붙었다.

지난 수개월동안 노숙자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했던 한 봉사단체가 재정난을 이기지못해 끝내 문을 닫은 것.

물난리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요즘 서울역 노숙자들도 비를 그을 잠자리와 식사를 위한 ‘작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강둔치나 공원 등지에서 생활하던 노숙자들이 연일 이어지는 비를 피하려고 서울역으로 대거 이동했고 밀려들던 시민들의 온정(溫情)도 이재민에게 쏠리면서 거의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배식을 하는 봉사단체는 모두 10여개. 또 많은 시민이 음식을 마련해 오곤 했다. 굶주리는 노숙자는 없다시피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국에 걸친 엄청난 수해(水害)로 노숙자들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사라졌다. 또 재정난이 심한 일부 봉사단체는 배급량을 줄이거나 문을 닫았다. 노숙자 김모씨(42)는 “무료배식이 줄어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다시 느는 노숙자들도 큰 골칫거리.

한때 1천명 이상이던 서울역 노숙자들은 그동안 취로사업 등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떠나거나 더위를 피해 인근 공원이나 한강둔치로 이동, 점차 감소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강둔치가 침수되고 비가 계속되자 노숙자 수백명이 또다시 서울역으로 몰려들었다.

서울역 관계자는 “비만 오면 서울역 대합실과 지하도로는 물론 인근 대형건물의 처마 밑에도 노숙자들이 빽빽히 모여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이의 싸움도 잦아지고 있다. 서울역앞 역전파출소의 경우 하루에도 20∼30차례 비상출동을 하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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