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수해속 지뢰주의보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40분


게릴라식 호우로 군부대 포탄과 매설지뢰가 휩쓸려 내려가 폭발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실된 폭발물은 발목지뢰 3백여발과 수류탄 등 9만8천여발이다. 동두천의 미2사단에서는 탄약이 컨테이너째 2개나 하천으로 떠내려가기도 했다. 벌써 인천 해안에서 한 피서객이 발목지뢰를 밟아 부상하는 사고가 났다. 자연재해가 폭발물재해까지 몰고온 형국이다.

▼주로 폭우피해가 큰 경기 북서부가 폭발물 위험에 노출돼 더욱 안타깝다. 수해 복구작업을 해야 할 곳에 폭발물이 깔렸으니 설상가상이다. 군부대의 포탄이 폭우에 떠내려간 것은 일단 관리소홀이라는 눈총을 면키 어렵다. 군대의 평시 주요임무인 무기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장병막사가 무너져 인명피해까지 난 판이지만 포탄유실이 불가항력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포탄보다도 논밭이나 쓰레기더미 속에 묻힌 대인(對人)발목지뢰가 더 위험하다. 밟으면 발목이 날아가는 끔찍한 무기다. 군부대 보관중 유실된 지뢰 외에 매설됐다 유실된 지뢰는 수량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비무장지대 북한지역에서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서해안 하천으로 흘러든 지뢰도 있을지 모른다. 이런 대인지뢰는 깊이 묻어두지 않기 때문에 홍수에 잘 떠내려가 문제다.

▼작년 9월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위한 오슬로회의의 최대쟁점이 바로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지뢰문제였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예외를 주장했다. 한반도에서 지뢰가 금지될 경우 미군병력을 50% 증강시켜야 북한도발에 대처할 수 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그러나 작년 노벨평화상은 비인도주의 무기로 규정된 지뢰에 대한 국제금지운동본부에 돌아갔다. 유실된 지뢰들이 우리의 수해복구 현장에서 비인도적 흉기가 되지 않도록 샅샅이 뒤져내야 하겠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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