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경제분석가를 키워라』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18분


CNBC는 미국의 경제뉴스전문 24시간 케이블방송이다.

미국 최대방송사인 NBC의 자회사로 전세계 비즈니스맨들에겐 반드시 청취해야 할 방송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이 방송은 말레이시아가 최근 채택한 경기 팽창정책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집중보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발 외환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CNBC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우리 눈에는 매우 낯선 전문가들을 동원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진출한 서방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이다. 30대 초 중반으로 특정 국가나 산업만 전담하고 있는 이들은 시종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면서 사태를 분석 전망한다.

물론 한국식대로 유명 대학교수와 연구원들도 카메라 앞에 선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등 밑그림을 제시하는 것에 국한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기적으로 ‘A나라 B기업 주식은 팔아라’고 시작하는 대담한 기명보고서를 작성해 전세계의 펀드매니저들에게 판매한다.

이런 보고서를 쓰기 위해 이들은 주당 1백시간씩 읽고 정리하고 분석한다. 언젠가 그가 해고대상이 될지, 연봉 5억원짜리로 몸값이 뛸지는 전적으로 그가 제출하는 보고서의 품질에 달렸다. 냉정한 프로세계의 논리만 통한다.

우리 실정은 어떤가.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애널리스트 직종으로 몰리지 않는다. 우수한 보고서를 내놓아도 몸값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애널리스트층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작년말 국가부도사태를 맞고도 일부에선 국수주의적 감정에 휩싸이며 엉뚱한 대응을 했다.

돈 때문이건, 사명감 때문이건 최고 수준의 전문가층이 육성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는 국력이다.

김승련<국제부>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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