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군용폭약 암거래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34분


김현철(金賢哲)씨 납치미수사건 공범이 군용 폭약을 시중에서 구입했다고 진술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테러리스트나 폭력조직이 손쉽게 이런 폭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치안상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군용물자가 불법반출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군 부패도 떠올리게 된다. 만약 보급품을 팔아먹는 군대라면 어떻게 국방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세간에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청계천상가를 뒤지면 1개사단 병력을 무장시킬 군수물자가 나온다는 말까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들은 6·25전쟁 때 많은 군수물자가 암시장에 유통됐던 데서 나온 과장일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범인들이 김씨를 협박하는 데 사용하려고 청계천의 속칭 ‘도깨비시장’에서 구입한 폭약도 군용이다. 일반용 보다 1.3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 컴포지션4라는 폭약이었다.

▼50∼60년대만 해도 군용 바지를 까맣게 물들여 입는 것이 ‘유행’이었다. 야전잠바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요긴한 오버코트였다. 학생들의 구두는 태반이 군용 ‘워커’였다. 지금의 장년층은 그래서 군용물자에 대한 향수같은 것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보급품과는 달리 폭약이 혹시 군대에서 밀반출됐다면 군수품관리가 낙제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약은 방산업체나 해외밀수 루트에서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범인은 20대남자에게 10만원을 주고 폭약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비행을 저지르는 자들은 폭약 암거래로 파생될 결과에 무감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장비 중에서도 총이나 폭약을 밀매매하는 것은 시민사회에 대한 저격과 폭파를 조장하는 행위다. 유출경위를 철저히 추적해야 할 것이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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