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우량-부실銀,「자금 부익부빈익빈」심화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은행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윤곽이 상당히 두드러지게 그려지고 있다. 은행간 합병설이 유포되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우량은행에는 자금이 몰리고 부실은행에서는 예금이 빠지는 것.

은행감독원은 최근 종합상황반을 설치하고 은행권 자금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종합적인 유동성관리 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밑도는 지방은행과 후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예금인출이 본격화돼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이달들어 1천억원의 예금이 빠졌다. 올들어서만 BIS비율 8% 미달 은행에서 약 4조원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선도은행으로 부상한 모 대형 시중은행은 은행계정 예금이 지난달 3천3백억원 증가한데 이어 이달들어 9일까지 9백억원 가량 불어났다. 신규예금이 하루평균 1백50억∼2백억원씩 증가한 셈.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구조조정이 끝나고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자금이동이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금융계는 15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적립신탁 예치금 35조원이 대거 움직일 경우 은행간 자금편중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은행의 유동성위기 심화〓부실징후은행 가운데 합병설이 나돌고 있는 지방은행이 단기자금 결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은행의 자금부 관계자는 “이달들어 콜자금을 꿔달라는 지방은행의 요청을 여러차례 받았다”며 “유동성 위기가 의외로 빨리 찾아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자금을 지원한다면 콜 공여 보다 예금자보호가 되는 CD인수를 선호하는 추세.

작년말 자금난에 허덕이던 종금사에 콜자금을 주지 않는 대신 종금사 보증어음(자발어음)을 매입한 것과 비슷한 상황.

CD 유통수익률 동향을 보면 은행간 우열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량은행이 발행한 CD는 수익률이 낮고(값이 비싸고) 부실징후은행의 CD는 수익률이 높다(값이 싸다).

예컨대 11일 현재 산업 주택 국민 신한은행 등이 발행한 CD 유통수익률은 연 17.1%인 반면 조흥 상업 한일 등 대형 시중은행 CD는 연 18.0%. 부실 징후가 있는 후발은행과 지방은행 CD는 연 20∼23%에 내놔도 위험부담 때문에 ‘사자’ 주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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