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진명/영혼결혼 하는 남동생

  • 입력 1998년 6월 11일 07시 41분


6년전 전주에 첫눈이 내리던 그날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던 동생은 선배와 같이 차를 타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8톤 트럭과 맞닥뜨려….

아버지께서 암으로 돌아가신뒤 동생은 학비를 벌기 위해 4년 내내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생들의 젊음과 낭만은 사치일 뿐이라며 빙긋이 웃던 동생. 조카 생일에는 거북이 등처럼 되어버린 손으로 선물을 들고 왔던 동생이었다.

나는 죽은 동생에게 너무나 이기적인 누나였다. 8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시동생의 학비를 댔지만 동생 학비는 한번도 주질 못했다. 하지만 동생은 “학비는 내가 벌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대신 장가들면 고약한 시누이 노릇만 하지마”라며 나를 위로하곤 했다.

이제 그 동생이 영혼결혼식(14일)을 올리게 됐다. 상대방 아가씨도 비슷한 시기에 몸이 아파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고 떠난 딸이란다. 우리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그 어머님도 항상 좋은 짝을 맺어주는게 소원이었다고 한다. 아직 그분들과의 만남은 없었지만 똑같은 아픔을 겪은 처지라 금방 가까워 질것 같다. 의환아. 하늘나라에 가서 잠시 접어두었던 행복을 펼쳐보길 바란다.

김진명(전주 덕진구 호성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