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라이프]美,소비자중심 반품문화

  • 입력 1998년 4월 28일 19시 33분


미국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시에 사는 교민 이모씨(39). 미국에 이민온 지 8년이 지났지만 미국이 이렇게까지 소비자 천국인줄 몰랐다고 새삼스레 감탄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씨는 1년반 전에 산 테니스 라켓의 손잡이에 균열이 가자 최근 이 라켓을 판 스포츠 전문매장에 갔다. 안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교환을 요구했다. 판매원은 “회사에 알아보겠다”면서 “주소를 남겨놓고 가라”고 했다.

3주일 후. 이씨 앞으로 새 라켓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놀랍게도 줄 4세트도 함께 들어있었다. 테니스 라켓의 보증기한인 6개월을 1년이나 넘겼음에도 새 라켓과 줄을 회사의 우편부담으로 보내준 이유는 뭘까.

이 라켓을 만든 프린스라는 회사에 문의해 보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고객서비스 담당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보증기한은 지났지만 우리 라켓이 2년도 안돼 손잡이 가죽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경우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지지요.”

새 라켓 값만큼 손해보는 게 아니라 싼 값에 소비자의 신뢰를 산 것이란 이야기다.

이 회사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는 모든 회사들, 심지어 의류업체들까지도 보증기한 내라면 군소리없이 교환이나 환불을 해준다. 소비자들은 훗날 반품에 대비해서라도 영수증을 꼭 보관한다.

얌체도 있다. 고급 파티웨어를 사서 파티장에서 뽐내고는 다음날 “애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다.

그러나 관대한 반품문화를 지탱해주는 것은 대다수 양식있는 소비자들이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건전한 관계야말로 건강한 미국경제의 뿌리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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