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토빈稅」를 아십니까?

  • 입력 1998년 4월 28일 19시 33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를 규제할 방법은 없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는 핫머니가 국경을 넘을 때마다 세금을 매기자고 제안했다. ‘토빈세(稅)’라는 개념은 이렇게 탄생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선물(先物) 옵션 스와프 등 파생금융상품의 거래규모는 하루 1조달러를 넘어 무역에 따르는 자금결제액의 1백배에 이른다. 이 거대한 자금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세금을 매긴다면 수입은 엄청날 수밖에.

실물거래의 결과로 자본이 이동하던 시대는 옛날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개(실물)가 꼬리(금융)를 흔드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비유한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시대”라는 것.

아시아 경제위기에서 보듯 경제가 실물과 무관하게 휘청거리는 일이 잦아지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핫머니 규제방안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의 헤지펀드 운용보고를 의무화하고 감독권도 행사하자는 것.

토빈세가 실효를 보려면 모든 금융기관, 모든 나라가 동시에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탈자가 있으면 돈은 그쪽으로 몰리고 약속을 지킨 쪽만 손해보게 된다.

그러나 시차(時差)개념이 없어지고 세계화의 물결이 넘치는 ‘지구촌 시장’ 시대에 토빈세같은 새 규제가 실행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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