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감사원 계좌추적권]양인석/「3권분립」 위배

  • 입력 1998년 4월 26일 20시 24분


헌법상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직속하에 둔다’고 직무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러한 감사원에 직무감찰과 관련하여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것은 3권분립의 기본전제를 흔드는 것이다. 선진 각국의 입법예를 보면 감사원은 국가예산집행을 감시하는 기능에 한정하고 직무감찰기능은 부여하지 않으며 극히 일부의 권위주의적 국가에서만 감찰기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감사원(종전 심계원)에 직무감찰기능을 준 것은 1963년 이후에 불과하다.

감사원이 바라는 계좌추적권은 사실상 수사권으로 감사원의 직무범위를 일탈한다. 또 공직자에 대한 감찰목적의 계좌추적은 헌법이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개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서 헌법 및 법률이 정하는 절차준수가 엄격히 요구된다. 따라서 단순히 직무감찰을 위해 계좌추적을 허용한다는 것은 위헌 불법이나 다름없다.

수사는 곧 인권침해인 탓에 영장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절차상의 제한이 엄격하고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에 의하도록 되어 있고 준사법기관인 검사조차도 법관의 심사없이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한 자격조건을 갖추지 않은 감사원이 임의로 계좌를 추적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검사를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감사원의 직무에 반하고 검찰과 감사원의 상호 직무에 반한다.

권한과 직무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에는 자체 감찰기능이 있는데 감사원에 위의 권한이 부여된다면 곧바로 모든 국가기관에 마찬가지의 권한이 주어져야 할뿐더러 감사원 직능의 비대화로 이어져 권력의 집중과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감사원은 이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권능을 갖고 있으므로 회계검사, 특히 정책기능 감사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절실하며 이를 토대로 3권의 일각인 행정부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행정부의 직무를 감찰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고 대다수 행정공무원의 사기 앙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인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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