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93)

  • 입력 1998년 4월 10일 20시 18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8〉

매사에 빈틈이 없는 마르자나는 그날 오후 시장에서 돌아오다가 자신의 집 문간에 백묵으로 한 이상한 표시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표시야말로 수도승으로 변장한 도적이 하고 간 것이었는데, 그걸 본 마르자나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전에 없던 표시가 되어 있으니.”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한참 동안 그 표시를 관찰했다. 그러던 그녀는 무엇인가 좋지 못한 예감이라도 드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이건 저절로 생긴 표시가 아닐 거야. 이 표시를 한 것은 우리의 원수임에 틀림없어. 그렇다면 닥쳐오는 원수를 따돌려 그 저주로부터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중얼거리고 난 그녀는 집 안으로 달려가 백묵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모든 집 문간에다 똑같은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문간 위에다 하는 표시는 모양 뿐만 아니라 위치마저도 알리바바의 집 문간에 되어 있는 것과 똑 같았다.

한편, 알리바바의 집 문간에 표시를 해두고 숲으로 돌아간 도적은 그가 한 일을 상세히 두목에게 보고했다. 그의 보고를 들은 두목은 크게 만족해 하며 말했다.

“그 집 문간에다 백묵으로 표시를 해두었다고? 과연 너는 영특한 놈이다.”

이렇게 칭찬을 하며 두목은 공을 세우고 돌아온 부하를 위하여 커다란 잔에 가득히 술을 따라주었다.

이튿날 아침, 두 명씩 조를 짠 사십 명의 도적은 시내로 잠입했다. 문간에 백묵으로 된 표시가 있는 집을 덮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간 도적들은 당혹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내에 있는 모든 집 문간에 똑같은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고보니 그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두목의 신호에 따라, 통행인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각별히 주의를 하면서, 저마다 숲 속 동굴로 철수했다.

“이런 변변치 못한 놈! 무슨 일을 그따위로 했어?”

부하들이 다시 모이자 분노를 참지 못한 두목은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들을 시내로 안내했던 문제의 그 도적을 사형에 처하라고 했다. 수도승으로 변장을 하고 내려가 알리바바의 집 문간에 표시를 하고 왔던 도적은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목이 달아났다.

부하 한 사람의 목을 베어버렸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한 놈, 여섯 토막의 시체를 꺼내어 간 놈을 처단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 괘씸한 놈을 찾아내어 처단해버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두목이 골몰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부하 하나가 나섰다.

“두목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가서 상황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두번째 사나이는 두목의 허락을 받아 다시 시내로 잠입했다.

시내로 잠입한 두번째 도적은 무스타파 노인과 교섭하여 여섯 토막의 시체가 있었던 집을 안내 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집 문간 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곳에다 붉은 색으로 표시를 했다. 무사히 일을 마친 그는 동굴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사나이 역시 목이 달아나리라는 것을 예상치 못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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