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전화벨만 울려도 깜짝…「IMF공황장애」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19분


“경기(驚氣)가 들었나봐요.”

주부 김미숙씨(32·경기 성남시 서현동). 남편이 실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전화벨만 울려도 놀란다. 얼굴이 후끈거리기도, 심장이 쿵쿵 뛰기도 한다. 지난주말엔 승용차를 몰고 나갔다가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 핸들을 놓을 뻔한 적도 있다.

김씨는 공황장애 환자. 공황장애는 깜짝깜짝 놀라면서 심장 위 등에 이상이 오는 ‘공황발작’이 한 달에 4번 이상 일어나는 병. 혼자 외출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꺼린다. 우울증 약물중독 심장병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공황장애환자가 6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놀랄 거리’가 많은 경제위기를 맞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 정도 많지만 “여자들은 원래 잘 놀란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문제. 원인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이 예민하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또 극장 엘리베이터 지하철 비행기 등 산소가 희박한 지역에서 숨이 가빠져 공황발작이 자주 일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한두 번 아무 이유없이 놀라면 △지나친 운동 △더운 날 거리 배회 △카페인음료나 술 등을 피해야 한다.

또 욕실의 창을 닫고 더운 물로 샤워하거나 아슬아슬한 운동경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금물.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숨쉬는 호흡법이나 팔 다리 어깨 등을 긴장시켰다가 풀어주는 근육이완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방법.

무엇보다 병을 방치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기증세의 환자는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병이 악화되면 치료하기 어렵다.

병원의 전문클리닉(표 참조)에서는 약물치료와 환자의 특이 증세에 따라 대응책을 알려주는 인지행동치료 등의 방법을 함께 써서 치료한다. 약물치료만 받을 경우 재발할 위험이 크다. 서울백병원측은 “12주 동안 인지치료를 받은 환자 38명을 3개월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 80%가 약을 전혀 먹지않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교수,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최영희교수)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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