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순권/북녘에 옥수수로 사랑을 심자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50여년간 갈라져 있는 한반도, 그리도 그리웠던 북녘 땅. 다섯번째의 초청장을 받은 끝에 1월24일부터 2월3일까지 북녘의 옥수수밭을 둘러보았다. 평생을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만 연구하고 살아온 필자는 내 몸같은 북한 이웃이 굶주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없이 돕고 싶었다. 북한이나 남한 양쪽 당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의 실상을 학자의 양심에 따라 전달하는 것은 하늘이 내게 맡긴 책무라고 생각한다.

▼ 천원이면 35명 하루먹어 ▼

열하루 동안 평양 평남 강원도를 다녔다. 황해도는 차를 타고 지나가며 살폈다.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농업전문가로서의 진단은 북한이 분명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북녘 땅은 비료의 절대부족과 가뭄으로 주작물인 옥수수 생산이 결정적인 차질을 빚고 있었다. 서해안에서 갑자기 일어난 8∼12m의 해일로 서해 간척지 벼농사까지 완전히 망쳤다. 그런데도 세계가 믿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같은 동포인 남한 사람들까지 믿지 않으려 한다.

남한도 IMF한파로 극심한 어려움이 시작됐다. 북한 옥수수심기운동과 관련한 일로 밤열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한 서울역에서 민초들의 고난을 느끼고 눈물이 났다. 실업자들이 여기저기 퀭한 눈으로 모여 있었다. 실업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남과 북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공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녘땅을 직접 방문하고 느낀 것은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고 우수종자를 생산하면 북한은 세계에서 단위당 생산수량이 가장 많은 옥수수 생산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천원이면 북한땅 다섯평에 옥수수를 심어 35명이 하루를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된다. 4천만 국민이 각각 1천원씩 내면 4백억원이다. 이것은 돈이 아니라 뜻이다. 천심과 같은 민심인 것이다. 반세기 이상 묵은 대립의 골을 넘어서려면 이런 천심이 필요하다.

또한 남한은 세계 제2의 옥수수 수입국으로 매년 8백만∼1천만t의 옥수수 알곡을 수입한다. 약 15억달러어치다. 북한의 옥수수 증산은 북쪽의 극심한 식량난을 줄이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식량 자급률을 크게 높여 식량 안보에 기여할 것이다. 옥수수심기운동은 직접 원조보다 3배 이상의 효과와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

북한은 경제난 전력난 등으로 비료 생산을 못하고 있으므로 남한에 쌓여있는 잉여 비료를 보내주어야 한다. 비료 20만t만 있으면 20만 정보에 옥수수를 재배해 약 1백50만t의 옥수수가 증산될 수 있고 북한 식량난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20만t의 비료는 가격으로 6백억원어치다. 수송비까지 합하면 1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간다. 남북한 정부가 직접 만나 비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반드시 때맞춰 지어야지 만약 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북한의 식량난은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어린이는 영양부족으로 평생을 허약하게 보내거나 죽게 될 것이다.

필자는 북한을 다녀온 뒤 바로 국제옥수수재단을 만들어 전국 1백여 민간단체와 함께 북한옥수수심기 범국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옥수수심기운동이 개인에서 가정으로 마을로 직장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 한반도 식량안보도 고려 ▼

특히 북녘이 고향인 실향민들이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주길 바란다. 이산가족 상봉의 날이 올 것이다. 북한의 옥수수 농사가 풍년이 들어 환영을 받으며 그리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바로 지금 정성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옥수수 박사는 수량이 30∼50% 이상 증수되고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는 환경친화적 신품종 슈퍼옥수수를 하루빨리 만들어 여러분의 심부름을 할 것이다.

김순권<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경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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