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능성 확인한 세일즈외교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3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상외교 데뷔 무대인 제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4일 폐막됐다. 김대통령은 3일 동안 계속된 이번 ASEM에서 당초 계획했던 세일즈외교를 일단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들이다. 실제 우리의 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치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상과 이념대립이 퇴색한 요즈음 세계 각국 정상들의 세일즈외교는 일반적인 추세다. 지금의 세계시장은 각국 정상들조차 발로 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더구나 우리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향후 정상외교도 과거의 상징적 형식적 측면보다는 외국자본 유치나 투자확대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이번 김대통령의 ASEM외교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점이자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세차례 회의와 우방들과의 네차례 개별 정상회담에서 줄곧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활로 모색에 주력했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있는 우리의 개혁 의지와 능력 그리고 그동안의 진전상황에 대한 유럽회원국들의 인식과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혔다. 특히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개혁추진 확인을 위해 투자조사위원회를 파견해 달라는 김대통령의 제안은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럽 정상들이 대한(對韓)투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대통령이 취임후 각각 처음으로 가진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 토니 블레어영국총리 자크 시라크프랑스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도 양자 관계의 기본 협력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상간의 첫 접촉에서 경제협력이라든지 남북한문제 등 현안들에 대해 서로간에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높이 살 일이다. 그럼에도 한일(韓日) 한―프랑스 정상회담의 경우 일부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회의결과를 정리한 의장성명에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가 포함된 것 역시 평가할 만하다. 이는 새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의 확산으로 볼 수 있다. ASEM신탁기금 설립을 명시한 별도 성명서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과 협력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번 세일즈외교가 결실을 보려면 정부가 각론의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성 행사로 끝난 것처럼 관련부처들이 손을 놓아 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곧바로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추진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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